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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대학에 다니고 있는가
    비우지 않는 쓰레기통 2017. 8. 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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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재수생이다. 재수를 했음에도 사회가 올바르다고 말한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고등학교 3년을 다니면서 수십 번을 고민했었다. 자퇴를.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보고 배우고 싶은 걸 공부 하고 싶었다. 어차피 고등학교는 대학교를 가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결국 하지 못했다. 이미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고 학교를 떠났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웠으니까. 학창시절이라는 추억이 있어서 좋았지만 2학년 3학년이 되면서 대학입시만을 위한 수업 풍경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한테 꿈을 적어내라고 형식적인 면담을 하지만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알 수 있을 거란 말을 한다. 왜냐면 대학교는 기회의 장이고 명문대 일수록 더 많고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니까.

    그렇게 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처음엔 그 기회라는 것이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기에 대학가기를 거부하고 사회에 나갔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대학에 가지 않고서는 사람답게 살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으나 나이를 먹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직장에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좋은 학벌이 없으면 연봉에 상한선이 있고 승진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인생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사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직장을 원해서 대학에 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꿈(영화감독)을 위해 좀 더 똑똑해지고 싶었고 많은 기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다 못한 공부를 해보고 무엇이 진정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원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수능공부를 할 때도 교과서를 정독하고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교과서가 아니라 수능에 나오는 문제집만을 또는 학원을 열심히 다녔다면 지금보다 점수는 높게 나왔을 것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려 했던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으니까. 이렇게 나는 고등학교 교육현실이 낳은 평범한(한 번의 실패를 겪은) 학생으로서 모두가 다닌다는-81.9%의 진학률 2009- 대학교에 왔다. 학문을 배우고 싶어서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돈이 필요할 경우 돈 벌 수단을 배우기 위해서.

    그런 나에게 김예슬 학생의 자퇴 선언은 커다란 공감과 함께 현재에 대한 불안감과 치부로 다가왔다. 내가 고민했던 것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흔히 사회가 규정한 성공한 학생들한테도 있다는 것이 가슴속에 있던 불안감과 두려움,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왠지 과거의 나는 사회와 타협한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래도 나의 선택이 패배의 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회에서 날 평가하고 낮은 점수가 나왔다면 자꾸만 아래쪽으로 밀어내도 나만의 수업이 있고 과정이 있으면 이수해야할 여러 공부들이 있다. 그중 하나로써 대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결코 정부나 기업에서 대학교와 연계해 대학생들을 기업에 필요한 부품으로 만들기 위해 일종의 콜로세움을 만들고 그곳에서 경쟁시키고 살아남는 사람을 승리자로 데려가기 위해 이용하는 대학생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나보다 학식이 풍부하고 교육을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니면 어쩌면 진정한 학문연구를 위해 교수가 된 교육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내가 배울 것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나에게 수업 문제를 알려주고 좋은 성적을 가져야만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미끼를 던져주는 교수님들이 계시는데 모두가 이러한 미끼를 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면 나는 또 다른 김예슬 학생이 될지도 모르겠다.

    분명 김예슬 학생과 공감하는 대학생은 무척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사회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찾아 떠나가긴 힘들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꿈 하나 제대로 찾아주지 못한 우리의 교육. 내가 12년 동안 의무적인 감옥 아닌 감옥에서 겪은 교육의 모습은 재능을 찾아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조건 주입식 교육을 한 뒤 그중 살아남은 자들에게 사회적 높은 신분을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된다. 아래쪽에서 자꾸만 위를 향해 달려오고 있으니까 도망가야 한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인간 탑일 뿐 사실 위엔 아무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그곳에 행복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 행복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올라가다보니 서로를 밟고 밟다가 결국 스스로 산이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 우린 이제 부터라도 산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깨닫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스스로와 싸워 이길 수 있어야만 진정한 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해 대학에 들어왔고 그 싸움에서 이기고 나면 나의 감옥 교육에게 한마디 할 것이다.

    너 때문에 먼 길로 돌아왔어. 그리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 네가 나에게 진정 바랐던 모습이 뭔지 깨닫기가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잘못했으면 네가 바라던 사회인이 될 뻔했어. 수 많은 친구들을 무찌르고 꿈 없이 살아가는 사람. 너의 눈엔 내가 이단아로 보이겠지. 하지만 넌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오히려 네 덕분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한 가지만 분명하게 명심했으면 좋겠어. 지금 이대로 가다간 네 곁엔 아무도 남지 않을 거야. 사람들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거든. 지금이라도 네가 죽인 수많은 친구들에게 손 내밀어 다시 시작해. 조금 오래 걸리고 많이 힘들더라도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더 늦기 전에 네가 최초로 갖고 있던 꿈을 꾸렴. 교육아!”

     

    그리고 내일도 난 학교에 나갈 것이다.



    7-8년 전의 나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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