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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년)
    비우지 않는 쓰레기통/오늘 보고 싶은 영화 2021. 11. 2.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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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제목은 무슨 뜻인가?

     

    If you say that someone is on the road to perdition, you mean that their behaviour is likely to lead them to failure and disaster.

     

    영영사전에 나오는 Road to Perdition의 정의이다. 줄여서 실패 또는 재앙으로 끝나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중반에 제목이 언급된다. 주인공 마이클이 조직의 추적을 피하고자 아들을 데리고 처형네 집으로 가려 하는데 처형이 사는 곳이 Perdition이라고 나온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게 중의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살기 위해 도망친 곳의 이름이 죽은 뒤 가는 지옥이다.

     

    물론 중간에 자신을 쫓아온 살인청부업자(또는 살인청부사진기자)를 만나 그곳에 가면 안 되겠다며 방향을 돌린다. 하지만 종착지는 결국 지옥이었다. 다만 아들과 함께 가지 않은 것이 그에겐 신이 베푼 자비로 느껴졌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마이클의 어린 시절은 나오지 않지만, 영화 소개에서 언급된 것처럼 미국으로 온 마피아 보스(존 루니)가 거둬서 부모・자식처럼 자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반적인 부모・자식 관계라면 살인을 청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대단한 부모 밑에 부모의 빽만 믿고 대단치 못하게 자란 자식 때문에 발생한다. 마피아 보스(존 루니)의 자식 코너 루니가 바로 그러하다.

     

    코너는 자신의 부정을 감추기 위해 마이클의 아내와 막내아들을 살해한다. 보스를 아버지처럼 생각했던 마이클이지만 복수는 필연으로 다가온다.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반대했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 뱀에게 두 아들을 잃고 본인도 죽게 된 라오콘의 심정을 마이클도 느꼈을 것이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그 고통을 말이다.

     

    아무리 못난 자식도 피는 물보다 진한 법. 보스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숨기고, 사람을 보내 마이클을 제거하려 한다. 이때 보스는 마이클의 큰아들을 죽이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마이클의 아내와 막내아들의 장례식 또한 치러준다. 아이리시맨(2019)에서 묘사된 것처럼 마피아들에게 가족과 명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가족 같았던 이의  목에 줄을 걸고 숨통을 조이기도 하지만 그건 더 가족 같은 이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보스에게 마이클은 친아들 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이었다. 마이클의 핏줄인 큰아들은 건들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과 아들은 처형이 사는 퍼디션으로 가는 도중 배가 고파서 식당에 멈춘다. 아직 엄마와 동생을 잃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들은 밥을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때문에 마이클은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이때 살인청부를 받은, 시체의 사진을 컬랙션으로 생각하는, 할렌 맥과이어가 똑같은 길을 지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식당에 들린다. 영화 시기가 1930년대 공황과 금주령의 시기라 살인청부를 할 때 타겟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전송해주거나 하지 않고 구두로 설명해줬을 뿐이라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이클은 할렌이 종업원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뭔가 위화감을 감지하고는 그들을 지켜본다. 할렌과 종업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화면은 마이클을 줌인하며 긴장감을 준다.

     

    할렌의 정체를 좀더 명확히 하게 위해 그와 대화를 하는 마이클. 아마 마이클이 먼저 대화를 청하지 않았다면 할렌이 대화를 걸었을 것이다. 이때 조금이라도 어색하게 보인다면 당장 총알이 날아올 상황이다. 시체를 찍으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할렌을 보고 그가 살인자라는 것을 확신하는 마이클. 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한 줄기 흐르는 땀방울이 그의 긴장감을 표현해 낸다. 아마 지금이라도 당장 차 안에 있는 아들이 살아있는지 시체로 변해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

     

    맛깔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대사는 항상 중의성을 내포한 대사일 것이다. 

    할렌의 추적을 피해 조직이 은행에 숨겨놓은 검은 돈을 빼돌리는데 성공한 마이클은 누군가는 죽어야 끝나는 이 싸움을 끝내려한다. 고난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마이클은 온 가족인 함께 있던 시절보다 큰 아들과 가까워진다. 자신보다 동생을 더 예뻐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큰 아들에게 마이클은 자신을 닮았기에 가까워질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큰 아들은 그런 아빠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포옹을 하고 잠을 청하러 간다. 여기서 마이클이 할 수 있는 건 아들이 더 이상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걷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싸움을 끝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이클은 미사를 드리고 있는 보스를 찾아간다. 

    적진 한 복판으로 뛰어든 마이클은 성당 지하실에서 보스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눈다. 보스는 그 누구도 죽일 수 없는 성당으로 찾아온 마이클에게 영리하다고 말한다. 보스의 친아들 코너가 죽은 사람의 계좌를 만들어 조직의 돈을 몰래 유용한 사실이 적힌 장부를 보여준다. 마이클은 코너가 조직의 배신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보스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보스가 언젠가 죽으면 코너가 분명히 조직에서 제거 당할 거라고 말하지만 보스는 그렇다고 아들이 숨어 있는 곳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마이클은 코너가 자신의 가족을 죽였으니 반드시 복수해야한다고 말하지만 보스는 우리 모두 살인자이며 이게 우리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지, 우린 천국에는 못간다는 것

     

    마이클은 자신의 큰 아들은 다르다고 말한다. 보스는 그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지금 여기를 떠나라고 말한다. 마이클이 보스에게 묻는다. 

     

    제가 떠나면요?
    그럼 난 아들을 잃은 걸 슬퍼하겠지

    축자적으로 볼 때 보스가 말하는 아들은 친 아들 코너가 아니라 마이클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이클이 떠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코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결국 보스에게 있던 두 명의 아들 중 적어도 하나는 죽게될 거라는 걸 이 만남과 대화로 알게됐을 것이다. 보스가 코너를 살리기 위해 마이클을 제거하라고 명령할 때도 마이클의 큰 아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것은 본인이 저질렀던 잘못(코너가 조직의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제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아들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스의 대사에 이 영화의 요약이 들어있는 셈이다.

    210412_1217_02.wav


    이 영화는 어떤 사람이 봐야할까?

    사람을 죽이는 톰행크스가 궁금하거나 톰행크스 팬이거나

    아이리시맨과 같은 마피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거나

    <아메리칸 뷰티>, <레볼루셔너리 로드>, <1917>을 재미있게 봐서 샘 멘데스 감독 영화를 찾는 경우(단, 장르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영화이니 위 영화들과 비슷한 스토리를 기대하지 말 것)

     

    나에게 별점을 매겨달라고 한다면,

    내 별점은 3점(5점 만점)이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해 달라고 한다면,

    사실 아들이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다기보다는, 내 손을 잡고 천국의 문 앞까지 함께 가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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